부서진 나침반
왕의 길
영웅은 바다에 가라앉은 보급품과 무기를 건져내다가, 바다 밑바닥에서 부서진 나침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드러진 장신구:
<놋쇠로 만들어진 장신구는 정교한 금장식으로 꾸며져 있지만, 풍파로 인해 장식이 많이 닮았습니다. 결쇠를 덮은 흙과 소금을 닦아내니 장신구가 열립니다.
장신구는 나침반이었습니다. 적어도. 예전에는. 겉유리가 깨져있고, 바늘은 구부러진 채 움직이지 않습니다.
뚜껑 안쪽에는 초상화가 있습니다. 그림은 빛바래고 물을 잔뜩 머금었지만, 누구의 초상화인지는 분명합니다. 어린 안두인 린의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놋쇠로 만들어진 나침반은 많이 낡았지만, 만듦새는 최고급이었다. 스톰윈드 왕궁에 있는 국왕 안두인 린에게 나침반을 가져갔다.
안두인 린:
반갑습니다. 스톰윈드에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영웅은 안두인에게 부서진 나침반을 건냈다.
문드러진 장신구:
<나침반을 바라보는 표정이 깨달음에서 슬픔으로 바뀌는 국왕>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할 때 이 나침반이 없길래, 저는 아버지가 부서진 해변에 있을 때 가지고 계셨으리라 생각했죠. 그때 아버지는 굴단에게...
<목이 멘 듯한 국왕>
안두인 린:
이 나침반은 제가 아버지께 생신 선물로 드린 거예요. 제 배가 판다리아에 좌초되기 몇 달 전의 일이죠. 정말 오래전이군요...
군단과의 전쟁이 시작된 후, 생각하긴커녕 숨 돌릴 틈도 없었죠... 애도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제 달라져야겠어요.
아버지의 나침반을 되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이걸 보니 아버지가 새삼 그리워지네요.
안두인에게 부서진 나침반을 건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톰윈드 왕실에서 스톰윈드 왕실근위병이 찾아왔다.
대장 슈웨이더:
반갑습니다. 부서진 섬에서 활약하신 것에 대한 이야기가 스톰윈드까지 전해졌습니다. 얼라이언스의 명예를 증명하고 계시는군요.
대장 슈웨이더:
어서 오십시오.
왕궁에서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그레이메인 폐하께서 당신에게 긴히 할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최대한 빨리 스톰윈드를 방문해 주십시오.
그레이메인 폐하께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스톰윈드 왕궁에서는 겐과 벨렌이 영웅을 맞이했다. 안두인은 보이지 않았다.
겐 그레이메인:
주인공이 도착했군. 이제 국왕과 이야기해볼 희망이 있겠네.
겐 그레이메인:
드디어 왔군!
자네도 안두인 국왕이 응당 있어야 할 자신의 왕좌를 비웠다는 걸 눈치챘겠지.
자네만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네.
겐 그레이메인:
자네가 나침반을 건네준 이후로 안두인이 예전 같지 않네. 영 기운이 없고... 정신도 다른 곳에 가 있네.
우린 그를 위로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지. 어제 아침에는 말 한마디 없이 왕궁을 나서더군.
물론 경비병에게 쫓아가라고 했지. 기도하러 성당에 간 모양인데, 그 이후로 계속 그곳에 머물고 있네.
자네 때문에 이렇게 감상에 젖게 된 것이 아닌가! 안두인이 다시 국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네. 당장 전쟁에서 이겨야 하니까!
예언자 벨렌:
안두인이 식음을 전폐하고 있네. 왕궁으로 돌아오라고 간청해도 듣질 않지. 어느 것도 그에게 위로가 되질 않네.
겐 그레이메인:
애도할 필요는 느끼지만, 왕은 왕좌에 앉아 있어야 하네. 부서진 해변에 집중해야 해. 안두인을 설득시켜 기도를 마치게 하게!
대성당 입구를 왕실근위병이 지키고 있었다.
왕실근위병:
그레이메인 국왕께 오신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자. 들어가시죠.
안두인 린:
맞혀 보지요... 겐 님이 당신을 보냈겠죠.
그 분이 더 걱정하시는 것이... 저의 안위일까요 아니면 모든 것이 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일까요?
안두인 린:
아버지는 전설이셨죠. 스톰윈드의 재건을 책임지셨고, 용들과 함께 일하셨고, 얼라이언스를 수많은 승리로 이끄셨으니까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떠나신 거죠.
저는 아버지의 왕관과, 아버지의 왕위를 물려받았어요. 하지만 저에겐 이것들을 가질 만한 어떤 업적도 없어요. 백성의 신뢰도 제게는 없죠.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저는 경비병과 조언자들에게 둘려싸여 왕궁에 틀어박혀 있었어요. 스톰윈드를 직접 걸어 다니며 백성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이 희망인지 공포인지 알아야겠습니다.
당신이 함께 가준다면 고마울 거예요.
안두인 린:
기도의 시간은 끝났어요. 백성들의 생각과 마음이 뭔지 알아야겠습니다.
영웅:
사자의 안식처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안두인 린: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도시에서 움직이려면 변장이 필요해요.
딱 맞는 주문이 있어요. 따라오세요.
안두인은 자신의 모습을 마법으로 숨겼다. 왕실근위병도 영웅과 함께 나오는 안두인을 눈치채지 못했다.
왕실근위병:
수확이 없었군요? 그레이메인 왕이 실망하시겠지만, 당신은 최선을 다했으니 어쩔 수 없죠.
안두인은 대성당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제니 윈슬로:
지난 주 부서진 해변에서 우리 사촌이 죽어서 돌아왔어. 이런 일이 더 있겠지.
로이 피츠:
그래도 스톰윈드에서는 안전할 거야. 국왕님께서 지켜주시겠지.
제니 윈슬로:
그럴까? 끝도 없는 악마들이 몰려와서 사람들을 죽여대는 걸 정확히 어떻게 막을까?
대화를 들은 안두인이 말했다.
안두인 린:
당연히 두렵겠죠. 부서진 해변에서 군단을 막아내지 못하면, 악마들이 우리 집과 가족이 있는 이곳을 공격할 테니까요.
사자의 안식처로 가는 길목에서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더기:
나는 안두인 국왕이다! 악마들을 다 처치해 버릴거다!
카린:
안두인 말고 바리안을 해! 바리안이 더 강해.
더기:
맞아. 우리 아빠도 그렇게 말하더라. 알았어. 난 바리안 왕이야. 각오해라. 악마들아!
안두인 린:
저렇게 생각할 만해요. 아버지께서는 백성을 구하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하셨으니까요. 위대한 왕이셨죠.
아이들을 지나친 영웅과 안두인은 사자의 안식처에 도착했다. 사자의 안식처는 바리안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가묘였다.
안두인 린:
아버지의 기념비를 사자의 안식처로 옮긴 후로 이곳은 처음이네요.
전쟁이 제 기력과 정신을 소모했으니까요. 애도할 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당신에게 아버지의 나침반을 받은 후, 빛의 인도를 구하며 기도했죠. 아버지께서 안식하길 빌면서요. 하지만 빛은 대답이 없었어요.
백성은 절 좋아하고, 존중하죠... 하지만 믿지는 않아요. 아버지를 믿었던 거처럼은 말이죠.
백성의 뜻은 알겠는데, 아버지의 조언자들은 어떨까요? 아버지를 신뢰했던 만큼 절 신뢰하지 않을까 두려워요.
알아야하겠어요. 함께 왕궁으로 가시죠.
바리안은 왕궁으로 돌아가, 겐과 벨렌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안두인 린:
겐 님과 벨렌 님이 제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은데. 잘 안들리는 군요...
겐과 벨렌은 안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예언자 벨렌:
젊은 왕은 위대한 지도자가 될 걸세. 난 이미 보았네.
겐 그레이메인:
예견만으로 전쟁을 이길 순 없네. 안두인의 심성은 곱지만, 검증되지 않았지.
예언자 벨렌:
빛이 안두인과 함께하네. 왕좌에 걸맞게 자랄 걸세. 우린 믿음을 가져야 하네.
겐 그레이메인:
우린 더 많은 걸 갖춰야 하네. 안두인도 마찬가지고. 안두인은 부서진 해변에 간 적도 없고, 병사들의 희생을 본 적도 없지... 지금도 계속되는 희생을 말이네.
나침반 하나에 상처 입는다면, 전쟁이 코앞에 닥쳤을 땐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는가?
안두인 린:
맞아요. 저들의 말이 백번 옳습니다.
안두인 린:
부서진 해변에 가서 제 눈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곳을 확인해 볼 때가 되었어요.
아버지 같은 왕이 되려면... 스톰윈드에 부끄럽지 않을 왕이 되려면, 제 백성들이 어떤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지 알아야만 해요.
제 조언자들에게 제가 부서진 해변으로 갔다고 전해주세요. 직접 말했다간 절 못 가게 하실 게 뻔하니까요.
구원의 거점에서 뵐게요. 그때까지 안녕히.
안두인 린:
고마워요. 아버지의 왕관의 무게를 실감하려면 뭘 해야 할지 이제 알겠군요.
부서진 해변으로 가서 아버지가 치른 희생이 뭔지 직접 보겠어요.
영웅은 벨렌에게 안두인이 하려는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언자 벨렌:
<안두인 국왕의 계획을 말해주는 당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벨렌>
부서진 해변은 위험한 곳이네... 혼자 가기에는 더더욱 위험하지. 하지만 안두인의 평온을 찾기 위해서는 이 여정이 필요할지도 모르겠군.
때가 되면, 그레이메인 국왕에게 안두인이 떠났다는 걸 알리겠네.
그때까진, 자네가 부서진 해변에 가서 안두인과 함께해 주게나, 자네가 그 아이를 안전하게 데리고 올거라 믿겠네.
영웅은 안두인을 구원의 거점에 있는 화톳불 근처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안두인 린:
당신을 곁에 있어 든든하네요.
제가 부서진 해변을 온 건, 직접 보고 싶어서였어요. 제 아버지... 그리고 얼라이언스가 우리 세상을 지키기 위해 치른 대가가 무엇인지.
제가 계속 백성들의 고통과 희생을 외면한다면, 그들을 절대 평화로 이끌지 못할 테니까요.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 가야 해요.
안두인 린:
전쟁의 참상에 더 이상 눈을 감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 불타는 군단의 위협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해요.
영웅:
준비됐습니다.
안두인은 구원의 거점을 떠나 군단이 점령하고 지옥 에너지로 파괴된 땅으로 걸어들어갔다.
안두인 린:
갑시다.
이 땅은 생각보다 훨씬 끔찍하네요.
아버지께서는 제가 전쟁에 휘말리지 않게 하려고, 스톰윈드의 왕좌를 비워서는 안된다며 절 남게 하셨죠. 하지만 전 아버지의 눈에서 진심을 읽었어요. 절 잃는 걸 두려워하신 거죠.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아버지에겐 저 뿐이었으니까요.
어서요. 계속 가시죠.
안두인은 군단의 전함이 추락한 영혼 폐허에 도착했다. 군단의 함선을 만들고 운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지옥 에너지에 소모되며 고통받은 영혼들이 폐허에 가득했다.
안두인 린:
이 땅에는... 슬픔이 넘쳐흐르고 있군요.
안두인 길 잃은 영혼들을 지켜보았다.
안두인 린:
이렇게 파괴적이고.... 절망적인 모습은 처음 봐요. 저희가 밟고 있는 이 땅도 아군의 뼈로 점철되어 있군요.
지금 이 순간에도 폐허를 떠도는 갈 곳 잃은 얼라이언스 병사들의 영혼이 보이고요.
용맹한 병사였던 이 영혼들이 안식을 찾도록 돕기 전에는 이곳을 떠날 수 없어요. 우린 그들에게 갚을 수 없는 큰 빚을 졌으니까요.
길 잃은 영혼:
죽고 싶지 않아.
난 죽을 수 없어... 누가 좀 도와 줘...
내가 죽었다면, 우리 가족은 누가 돌보지?
어떻게 된 거죠? 제몸은 어디 있나요?
길 잃은 영혼:
제... 제 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영혼 엔진(soul engine) 안에 갇혔었는데, 지금은... 여긴 어디죠? 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영웅:
빛을 향해 가십시오, 친구여. 이제 편히 쉴 시간이 됐습니다.
길 잃은 영혼:
보입니다... 빛이 보여요... 감사합니다.
마침내 이 악몽도 끝났군요.
감사합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우릴 잊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 희생을 잊지 마세요...
영혼들에게 안식을 주자 안두인 린이 말했다.
안두인 린:
고마워요. 얼라이언스... 그리고 아제로스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한 이들에게 이런 안식 밖에는 줄 것이 없네요.
안두인 린:
부서진 해변에 와서 불타는 군단의 끔찍함을 직접 보고나니, 진실에 눈을 뜨게 되었어요.
제가 말하는 진실은 적의 충격적인 악랄함이 아니라, 그런 악이 우리 백성의 마음에 깃들게 한 용맹함과 희생 정신에 관한 거예요.
어버지는 모든 왕이 각각 자기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하셨죠. 지금 이 순간만큼 제 왕관이 무겁게 느껴진 적이 없군요...
부디 절 아버지가 돌아가신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아버지의 희생에 예우를 갖추고 싶어요.
안두인은 살게라스의 무덤 가까이 다가갔다. 바리안 린이 굴단에게 최후를 맞이한 곳이기도 했다.
안두인 린:
전 스톰윈드의 용사들이 아제로스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죽어가는 걸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어요.
군단과 싸우다 전사한 스톰윈드 국왕은 아버지만이 아니에요.
증조부이신 바라텐 폐하와, 조부이신 레인 폐하도 궁극의 희생을 치러야 했지요.
저희 가문의 왕들은 언제나 병사들과 나란히 싸우며, 스톰윈드의 자유를 지켰어요.
어서요. 계속 가시죠.
안두인은 바리안 린이 죽은 곳에 이르렀다. 한쪽에는 바리안이 쓰러뜨린 거대한 지옥절단기의 잔해가 방치되어 있었다.
안두인 린:
전 티리온이나 볼바르 같은 영웅들의 피로 보호받으며 살았어요.... 저희 아버지 같은 영웅들이죠.
이제 저도 같은 일을 할 때가 왔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직접 봐야겠습니다.
굴단에게 파괴된 바리안의 육신은 희미한 흔적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겐 그레이메인:
보게. 이곳에서 바리안 왕(his father)이 생을 마감했네.
예언자 벨렌:
그 아이에겐 아직 군단의 잔혹함을 보여준 적이 없지.
안두인 린:
맞아요. 지금까진.
예언자 벨렌:
안두인...
겐 그레이메인:
이리 경거망동하다니!
안두인 린:
와야 했어요.
겐 그레이메인:
굳이... 볼 필요 없는 것들이네.
안두인 린:
아버지.... 포기하지 않으셨군요. 이곳, 마지막을 앞두고도.
안두인 린:
난 못 해요, 아버지. 난 당신 같은 영웅이 될 수 없어요. 당신 같은 왕도요.
겐 그레이메인:
안두인. 그대의 아버지는 진정한 영웅이었네. 바리안 왕은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었을 걸세. 공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설령 지옥의 문턱에 섰을지라도.
안두인 린:
전 이제 뭘 해야 하죠?
그 때 안두인에게 아버지의 환영이 보였다. 밝게 빛나는 스톰윈드에서 바리안이 말했다.
바리안은 오그리마 공성전에서 안두인에게 했던 말을 다시 했다.
바리안 린:
왕이 해야만 하는 일.(What a King must do.)
안두인 린:
당신은 지금껏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도움을 베풀어 주셨어요. 감사하는 마음을 늘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하겠습니다.
안두인 린:
부서진 해변은 만신창이가 된 적막한 땅이에요. 제가 이곳을 직접 보는 게 얼마나 필요한 일이었는지, 이제야 알겠어요.
- 이전 이야기 아제로스를 위하여
- 다음 이야기 살게라스의 무덤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