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싸우는가?

판다리아를 시작했던 질문의 답.

전승지기 초는 영웅을 파괴된 영원의 골짜기로 데려갔다. 전승지기는 판다리아의 마지막 황제가 남긴 두루마리가 있던 작은 종루 옆에 서 있었다. 두루마리에는 황제의 마지막 이야기가 써 있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1만년 전, 판다리아의 마지막 황제 샤오하오는 이 신성한 물의 힘을 사용하여 세계의 다른 부분들을 모두 파괴한 세계의 분리에서 판다리아를 구해냈습니다.
고뇌의 서 후일담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마지막 날의 황혼 무렵, 하늘은 초록색 불길로 물들었고 땅은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황제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에는 티끌만큼의 의심도 절망도 없었다. 하늘이 쪼개지자 황제가 연회를 열고 노래를 불렀다.
샤오하오 황제는 신하의 눈에 공포와 의심이 가득한 것을 보자 당당히 선언했다. "앞으로 그대는 매일을 충만하게 살 것이며, 매일 밤 아무런 근심없이 평화로운 마음으로 잠들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황제는 판다리아를 나머지 세상에서 떼어내기 위해 영원한 봄의 정원에 올랐다고 합나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땅이 흔들리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곧 황제의 마음에 의심이 일자 의심의 샤가 동쪽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또 황제가 공포를 느끼기 시작하자 공포의 샤가 서쪽에서 족쇄를 끊기 시작했습니다. 다급해진 황제가 옥룡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옥룡은 골짜기를 선회하며 사면초가에 몰린 샤오하오 황제에게 말했습니다. "판다리아는 판다렌 제국을 넘어서는 존재다. 서쪽에 있는 그대의 적은 장벽 너머 그대의 제국만큼이나 이 땅의 일부와도 같다."

황제는 판다렌 뿐만 아니라 오랜 적이었던 사마귀까지 판다리아의 안개로 보호했다. 전승지기 초가 말했다.

전승지기 초:
우리의 소중한 영원꽃 꼴짜기. 너무나 큰 파괴와 폭력... 하지만... 나는 희미하게 빛나는 희망을 느끼네.

그리고 영웅과 함께 작은 종루 앞에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전승지기 초:
황제시여, 이제 끝났습니다. 한때 폐하께서 맞서 싸웠던 어둠을 판다리아에서 몰아냈습니다. 영원히.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도 끔찍했습니다.

전승지기의 기도에 응답하듯 황제 샤오하오의 영혼이 나타났다.

황제 샤오하오:
이곳의 참상에 절망하지 말게.
자네는 내가 묻어둔 어둠에 맞서 승리했네.
판다리아에 진짜 영웅의 힘을 보여줬지.
하지만 아직 의문이 남았네... 우리가 왜 싸우는가?
자네도 배웠으리라 믿네. 공포, 분노와 싸우는 것은 영원한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아.
공포에 맞서게. 증오를 거두게.
자신의 내면에서 평화를 찾게. 그리고 그 평화를 세상과 나누게.
이는 삶에서 가장 위대한 보물이니.
그것이야말로... 싸울 가치가 있는 것이라네.

전승지기 초:
감사합니다. 폐하. 감사합니다.

황제가 말하는 중에 판다리아의 천신들이 황제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천신들의 축복을 받으며 황제의 영혼은 작은 나무를 심었다. 나무는 순식간에 자라나 거목이 되었다. 판다렌들이 무덤 위에 나무를 심는 것처럼 황제는 처참한 폐허 위에 희망을 심었다.

천신들이 말했다.

츠지:
이 나무는 희망의 상징이다. 너희들의 공으로 언젠간 이 땅이 치유되고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

쉬엔:
그대의 힘이 이 땅을 오랜 어둠으로부터 자유롭게 했네. 영웅이여. 그대의 위업을 내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영광이었네.

니우짜오:
<니우짜오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전승지기 초:
오늘 자네가 이룬 일은 앞으로 수천 년간 판다리아를 변화시킬 걸세.
고맙네. 영웅이여. 나는 전승지기로서 대대로 자네의 이야기를 널리 전하겠네.

골목길의 돌에 새긴 명판

오그리마 공성전 이후, 골목길에서 어둠의 틈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돌에 새긴 명판이 붙게 된다.

돌에 새긴 명판:
광기와 복수의 진정한 암흑이 이 어두운 틈 안을 장악했었다. 듬직한 오그리마 시민 중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다.
오그리마 공성전의 교훈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흩어지면 죽는다. 뭉쳐라. 우리는 호드이다.

서로 대립 중이던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함대가 난파하여 판다리아에 상륙한 이후로 판다리아의 모험은 시작되었다. 판다리아의 시작은 배신자의 침공도, 죽음의 왕의 위협도, 파괴자의 힘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은 악의 공격에 맞서 자유, 삶, 세상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판다리아는 평화로워보였고,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이 땅의 조화를 깨는 불청객이었다. 양 진영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판다리아를 탐험하고, 늘 하던데로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진짜 판다리아의 모습을 알게되었다.

판다리아는 평화롭지 않았다. 폭압적인 모구제국이 되살나고, 성벽 밖에는 막강한 사마귀들이 백년마다 판다렌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리고 판다리아의 지하에는 고대신의 사념이 봉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판다리아는 평화로웠고, 그 평화는 가식적인 것이 아니다. 판다리아의 판다렌들이 끊임없이 싸우고 있기 때문에 판다리아는 평화로웠다. 판다렌이 싸운 적은 모구보다 사마귀보다 강한 적이었다. 그것은 내면의 공포, 분노, 증오 같은 어두운 감정이었다.

이제까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MMORPG에 장대한 스토리를 넣은 것이다. 그리고 그 스토리 안엔 현실을 반영하고, 현실의 부조리를 묘사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묘사한 가장 현실적인 요소는 전쟁과 전쟁이 수반하는 폭력이었다. 게임 속에서 게이머는 강력한 폭력의 주체가 되지만 동시에 그 힘을 가장 올바르고 정의롭게 쓰는 법을 배우게 된다. 판다리아의 판다렌들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은 그 힘으로 무엇과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지 행동으로 알려준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스토리를 읽는 것이 다른 게임의 스토리를 읽는 것보다 가치있는 일은 끊임없이 메세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 메세지에 귀를 기울이면, 게임은 물론 현실도 조금 더 풍성해질 것이다.

판다리아는 이제까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보여준 모든 모험의 일단락이다. 하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살아있는 세계이고, 다행히 아직 그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